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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mbba Day _ 장안 양조장

by Jayz


우리 동네에 양조장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애주가라면 충분히 상상해볼 법한 희망이다. 가까운 양조장에서 갓 나온 신선한 술을 마셔보고 양조장 사장님과 술 잔을 기울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상상.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에서는 현실이다.


장안동에는 장안생활이라는 사회적 주택이 존재한다. 사회적 주택이란 취침만을 기능적으로 제공하는 단순 주거를 넘어 공동체를 꾸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주거 형태다. 10층 짜리 세련된 건물 1층에 통유리로 둘러싸인 레스토랑이 존재한다. 아, 아니 레스토랑인 줄 착각할 만큼 세련된 막걸리를 빚는 곳이 있다. 오늘의 행선지는 장안양조장이다.


장안양조장의 시작은 남양주 별내의 한 사회적 주택에서 운영하는 동아리로 시작했다. 동아리에서 동네 어르신들에게 베품할 목적으로 막걸리를 지었다고 한다. 사회적 주택의 동아리가 어떻게 양조장으로 커져버린 걸까? 한여름 개울가에서 장안생활 크루들과 손병기 이사가 직접 빚은 막걸리를 맛있게 마셨는데, 이 막걸리를 '우리'만 즐기지 말고 많이 사람들이 즐기면 좋겠다는 도원결의(?)가 계기였단다.






장안양조장은 철저히 마을양조장을 지향한다. 사회적주택에서 태동한 만큼 공동체의 네트워크에 주목한다. 예로부터 막걸리도 마을의 축하나 잔치를 위해 마시던 음료로 쓰였던 바. 장안동에 양조장이 생기면서 대화가 빈번해졌다는 전언. 양조장을 꾸미는 꽃을 파는 꽃집, 간판을 만드는 철물점, 플래카드를 만드는 현수막 업체 등 여러 주민들과 교류한다. 심지어 인근 상점주들과 월 1회 식사를 한다고 하며 관계를 이어간다고 하니, 이 모습이 마치 선조들의 품앗이를 보는 인상을 준다.


"이웃끼리 말을 섞고 살면 내가 살아가는 공간이 더 안전해집니다. 생각해보세요. 내가 다니는 거리가 아는 사람으로 가득찬 모습을." 특이한 점은 양조장에 펍을 만들었는데, 이는 고객을 직접 만나는 접점으로 사용하기 위함이다. 또한 마을 주민들과 교류하는 공간으로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도 쌓여간다고. 이 모든 것이 콘텐츠라는 생각이다. 예전엔 읍면 단위 마을마다 양조장이 존재했고, 여기서 생산되던 막걸리를 가가호호 배달하던 자전거가 짐빠리 자전거였다. 술을 배달하면서 사람과 교류했던 걸 보면, 장안양조장이 현대판 짐빠 자전거가 아닌가 싶다.



손병기 이사는 대기업에서 IT 컨설팅을 업으로 삼았었다. 그런데 2016년 돌연 대안사회주거운동가로 변신했다. '어떻게 하면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을까' 하는 근원적 질문이 그를 도전하게 만들었다. 이 방향 전환이 그를 양조사로 이끌지 과연 상상이나 했을까?



장안양조장은 2가지 술을 메인으로, 다른 곳들과의 콜라보 술들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


첫째, 장안누룩

장안누룩은 전통주를 현대에 맞게 개발한 술이다. 쌀의 단맛과 과실향이 풍부하고 술 자체가 농밀하다.

"그런데 하필이면 왜 장안누룩이라고 이름을 지었나요?"

"양조장이 위치한 장안생활 3층엔 아이콘이 있습니다. 바로 고양이인데, 연갈색이 띄어요. 그래서 '누룩'이라고 불리는데, 막걸리계에서도 아이콘이 되면 좋겠다는 소망에서 지었습니다."


둘째, 장안사이

장안사이는 최대한 전통을 계승하며 빚는다. 특히 석탄주 제법을 사용했다. 찹쌀을 죽으로 쒀 밑술을 만들기 때문에 감칠맛이 높다. 하지만 대량생산이 어렵다. 감칠맛이 높은 만큼 한번에 많은 양의 술을 마시기 어려워 절주를 권장하는 술이다.


"설마 '사이'라는 고양이가 있는 거 아니죠?"

"고양이 한 마리가 더 있는 건 맞지만 이름이 '사이'는 아니에요. 나머지 고양이는 콩떡이로 불려요. 그런데 이 콩떡이가 장안생활 건물 8층에 자주 출몰하는데 그 공간이 '사이'입니다."

"대안주거활동가가 사회적주택에서 양조장을 설립하고, 그 술의 이름이 활동하는 공간과 관련이 있네요"




장안사이는 계절마다 약간 다른 맛을 보는 재미가 있다. 여름엔 가볍고 드라이한 맛, 가을엔 깊고 풍부한 향, 겨울엔 오리지널 석탄주, 봄엔 겨울보다 가벼운 느낌의 석탄주이다.


위의 술들을 메인으로 겨울의 약속, 원주, 서울바오드라는 콜라보한 술들도 내놓고 있다.


대안 사회 주거 운동에서 시작된 술빚기가 마을 양조장이 되었고, 지금은 장안동 장안주택을 주변으로 마을의 구심점이 되고 있는 장안 양조장의 술. 2월 짐빠에서 만나 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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