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백종원 백종원
요새 SNS 피드에 예산시장을 주제로 한 콘텐츠가 유독 많이 뜬다.
역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때문이다. 그의 유튜브에서 기획하는 ‘백종원 시장이 되다’가 진앙지다. 백 대표는 줄곧 자신의 고향 예산을 활성화하려는 목표를 내비쳤는데, 예산시장을 핫플로 만들어 그 목표를 달성하려고 했나 보다. 지역에 생기를 불러일으키려면 사람이 몰려야 하고, 사람이 몰리려면 즐길 거리를 줘야 한다. 즐길 거리는 역시 먹고 마시기 만한 게 없다.
짐빠가 출동했다. 먹고 ‘마시는’ 것을 탐구하고 기록하는 행위는 우리의 본령이다.
밀도는 광장시장 못지 않다
예산시장으로 향하던 길, 예산시장은 보이지 않은데 갓길에 차가 그득하다. 벌써 차가 많은 걸로 봐선 사람이 붐비는 게 확실하다. 주차하고 예산시장 입구에 들어섰을 때 입이 딱 벌어졌다.
‘우와’
드넓은 장터광장에 깔린 의자와 테이블, 그리고 빈틈없이 앉아있는 손님들. 바글바글하다는 표현이 적확하겠다. 예산시장이 유명하다길래 가본 터라, 수많은 인파에 더 놀랐다. 테이블에 앉아 시장의 여기저기서 사온 음식을 먹으려면 대기가 필요했다.
“기다릴까? 다른 데서 먹을까?”
“글쎄...”
“그럼 일단 대기 걸어두고 둘러보다가 꽂히는 식당에서 요기나 하자”
가벼운 마음으로 예약 키오스크에 전화번호를 입력하고 본격적인 예산시장 탐구를 시작했다.
1. 백술상회
이 곳까지 왔으니 예산의 백술상회를 염탐하는 것은 당연지사. 시장 입구에서부터 꽤 걸어가면 나오는 백술상회는 골목양조장과 인접해 있었다. 골목양조장의 발효통을 유리창 너머 구경하며 몇 발자국만 걷다보면 백술상회 입구에 다다른다. 백술상회에 들어가본 소감. 술의 종류가 많진 않았다. 생각보다 아담하다. 하지만 손님 대기줄은 길다. 대부분 골목양조장의 술을 집어들었다. 그래서 우리도 질세라 처음 마주한 골목양조장에서 만든 술을 구매했다.
시장의 거리 곳곳엔 ‘백술상회x골목양조장’에서 만든 술의 포스터가 붙어있다. 어딜 가든 그 포스터는 흔하게 발견된다. 마치 이 시장에선 골목양조장의 막걸리를 마시는 게 국룰처럼 느껴졌다.
2. 전집
막걸리를 샀으니 전 수혈이 급선무다. 순간 입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녹두전', '술 반입 가능'. 이곳이다. 안주와 술 모두 취급하지만 바깥에서 사온 술도 허용해주는 콜키지 시스템. 짐빠에서 신당에 적극 이식하고 싶었는데, 이곳에서 하다니! 녹두전과 김치전을 잔뜩 시키고 백술상회에서 산 술을 꺼낸 찰나 냉장고에 진열된 막걸리를 발견했다.
"저 막걸리는 처음 본 것 같은데?"
"저건 백술상회에서 안 팔던 것 같은데?"
"저거 마시자"
"그래"
백술상회에서 막걸리를 이미 잔뜩 샀는데도 새로운 술은 참을 수 없다.
'꿀꺽'
마셔본 소감은... 그냥 알던 막걸리 맛이다. 적당히 새콤달콤하고 탄산감이 있어 청량한 익숙한 맛이었다.
콜키지 시스템이 있었는데 활용하지 못하고 새 막걸리를 사버린 우리들. 하지만 뒤에 발견한 사실이 있었으니. 우리가 백술상회에서 샀던 막걸리랑 똑같았다.
대체 왜 착각했던 거지...?
3. 안주는 시장에서, 술은 백술상회X골목양조장으로
"자리 났다"
"장터광장에서 먹어볼까?"
"레츠고"
전에 막걸리를 걸치고 있던 중 알람이 왔다. 시장 입구에서 걸어뒀던 예약이 차례가 됐다는 내용이다. 예약을 건 지 30분도 채 안 됐을까. 생각보다 회전율이 좋다.
광장을 둘러싸고 여러 음식점들이 즐비해 있다. 국수, 돈카츠부터 건어물, 고기 등. 모든 상점 벽면엔 백술상회X골목양조장 포스터가 붙어있다. 그 상점에서도 해당 술을 구매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놀러왔으니 고기를 구워먹어봐야겠지? 사람들도 꽤 많이 고기를 구워먹는 듯?"
신광정육점에 가면 고기를 썰어준다. 그런데 뒷고기가 600g(한 근)에 9000원이라니. 심지어 도래창이라는 낯선 부위도 200g에 4900원. 너무 저렴한 가격에 돼지고기를 도전해봤다. 그러면 정육점에서 고기 불판과 집기류를 빌려주냐고? 불판과 집기류, 쌈류는 또 '불판 빌려주는 집'에 가야 받아올 수 있다. 1인당 5000원.
'안주는 시장에서, 술은 짐빠에서'
'안주는 시장에서, 술은 백술상회X골목양조장으로'
99% 짐빠가 추구하는 시스템과 닮아있었다.
시장과 상생이 이루어지면서 여러가지 안주와 한국술을 취향껏 즐길 수 있는 구조. 백술상회X골목양조장이 시장의 술 냉장고의 역할을 하고 있는 그림은 짐빠가 신당중앙시장의 술 냉장고를 꿈꾸는 모델이다.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이 각자 취향의 안주를 고르고 술은 한 양조장의 것으로 즐기는 모습이 익숙하기도 했지만, 그 규모는 생경했다. 어쨌든 예산시장에서의 백술상회 X 골목양조장의 술을 마시는 문화는 전혀 어색함이 없었다. 우리가 서울중앙시장, 나아가 서울 곳곳의 전통시장에서 하려고 하던 것.
이 시스템을 누가 먼저 시작했냐는 질문엔 자신있게 짐빠와 백종원 둘다라고 말하고 싶다. 짐빠는 2022년 9월부터 해당 모델을 구상해 2022년 12월 시작을 했다. '백종원 시장이 되다' 컨텐츠의 첫 공개일은 2023년 1월이다. 이것은 운명이다. 어떻게 이렇게 똑같을 수 있을까
그런데 짐빠 X 서울중앙시장에서는 왜 이 문화가 퍼지지 않았을까?
백종원 대표의 존재 유무가 원인일까? 규모가 원인일까? 공간이 원인일까?
시스템 참여자들의 적극성이 원인일까?
안주는 우리가 더 다양하다
술도 우리가 더 다양하다
지리적 이점도 우리다 더 유리하다
그런데 왜?...
졸라 부럽다. 예산시장. 백술상회. 골목양조장. 백종원 대표.
P.S
백종원 대표님, 이 글을 우연찮게 보셨다면 짐빠로 초대합니다.
한번 와서 짐빠 금쪽이들이 무얼 놓치고 있었는지 신랄한 비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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